[릴레이기고] 광고대행사가 광고에서 독립할 순 없을까?


광고 회사가 iPhone 같은 제품을 발명해도, 존 레넌의 ‘Imagine’같은 노래를 만들어도, 전세계 기아가 없어지는 방법을 생각해도, 난치병을 없애는 방법을 생각해도 좋다. 그것이 클라이언트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최적이라면 서비스, 제품, 이벤트, 영화, 노래 … 어떤 형태라도 좋다. – 杉山元規(CW/TBWA\HAKUHODO)
http://goo.gl/d43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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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채카피입니다.
지난 17일 “광고대행사가 광고에서 독립할 순 없을까? “란 도전적인 타이틀로 내일의 광고와 광고대행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드린 적이 있습니다. 스스로는 지나치게 도전적인 것은 아닐까 걱정했는데, 나름 많은 분들께서 공감 혹은 다른 의견을 보내주셨습니다.

그 중 제가 근무 중인 SKM&C의 Comm. Innovation 그룹의 강영훈 그룹장님께서 작성하신 ‘[릴레이기고]광고 독립에 관한 생각’을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원래 페이스북에 작성하신 것으로 허락을 득한 후 개제함을 알려드립니다. 또한 저의 포스팅과 마찬가지로 개인적인 의견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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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우리의 생각을 깊이 있게 발전시켜 ‘우리의’ 생각으로 만들어가는 데에는 부족한 것이 아닐까?

우리의 ‘채카피’가 ‘광고대행사는 광고로부터 독립할 수 없을까?’라는 화두 http://goo.gl/kY8V9 를 던졌다. 이 참에 내 머리 속을 맴돌고 있던 생각을 정리해보기로 한다. 생각이 생각의 꼬리를 물고 이어져 광고대행사 사람들의 ‘생각’이 서로 나눠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우리는 안철수의 ‘생각’을 들여다보고 외국 대행사의 ‘생각’을 들여다보며 유명인의 ‘생각’을 차용하는 데에는 능하나 정작 우리의 생각을 깊이 있게 발전시켜 ‘우리의’ 생각으로 만들어가는 데에는 부족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채카피님이 ‘광고’라는 말을 했을 때, 그것은 전통적인 관점에서 혹은 좁은 관점에서의 광고를 말할 것이다. 광고대행사가 이러한 ‘광고’로부터 독립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 결론적으로, 돈의 독립, 역량의 독립, 의지의 독립이 필요하다.

돈의 독립

편의상 A는 제일기획, 이노션을 비롯한 대기업 인하우스 에이전시, B는 크리에이티브가 강하다고 인식되고 있는 외국계 혹은 중견급 에이전시, C는 웹 디자인 테크놀로지 기반의 온라인 혹은 디지털 에이전시. 이렇게 3개의 에이전시군이 있다고 상정해보자.

이들 3개 에이전시군의 공통적인 특징은 한결같이 빌링 혹은 수익의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A는 계열사 광고주를 통해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을 밑바탕에 깔고 있기는 하지만 업계내의 자리다툼과 매년 지속성장이라는 과제 아래서 오늘도 비계열 광고주 영입을 위한 경쟁PT에 내몰리고 있는 현실은 다른 에이전시군과 다를 바 없다.

B는 더 말할 것도 없겠다. 1년 혹은 6개월, 3개월마다 들락날락 거리는 광고주의 변동 상황 속에 중장기적 성장계획은 언감생심일 수 있다. 한 해의 수익이 목표수준으로 못 갈 때에는 위축되고, 반대로 목표를 상회하여 잘 가더라도 그 다음 해가 걱정이라 질적 변화를 위한 투자를 하기 힘들다. 또한 B는 A의 보완재로서 주요 경쟁PT에 초청되는 빈도가 높다 보니 핵심 인력과 회사의 관심은 어떻게 하면 경쟁PT에서 승리해서 광고주 포트폴리오를 견고하게 다져놓을까에 대부분 투입된다.

C는 일반적인 대행사에 비해 수익구조가 취약한 편이다. TV광고, 신문광고 잘 만들어 매체 집행하면 불과 두 세달 사이에 수 억원의 커미션이 떨어지는 B에 비해 C는 훨씬 많은 인원이 ‘집약적’으로 오랜 기간 고생 해도 수익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일 것이다.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취약한 조건, 업무 강도를 피해 A, B로 옮겨가는 사람들을 막아내기엔 역부족이다. 물론 이러한 이직은 광고대행사에는 일상적 현상이기는 하지만.

이 가운데 ‘광고’가 아닌 광고로 눈을 돌리기 쉬운 주체는 누구일 것인가? B에서는 개인적인 열망만 있을 뿐 그것을 조직적인 힘으로 모으기에는 미래가 너무 불투명하다. 적정 이익만을 남기고 나머지를 불투명한 미래에 투자할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되는가? C는 자신들의 수익구조를 현실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통합적인 캠페인을 위해 오히려 ‘광고’에 종속되는 역설적 현상이 벌어지기도 한다.

내 생각에는 A가 가장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 먹고 살만 해야, 저축도 하고 투자도 하는 법이다. 우리 대행사가 돈으로부터 독립하지 못하면 ‘광고’로부터 독립하기 어렵다. 설사 ‘광고’로부터 점차 독립하는 길이 장차 돈을 버는 것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아차리더라도 몸과 마음은 따로 놀게 되어 있는 법이다. 결국, 현재의 수준에서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것처럼 보이는 ‘광고’ 현업에 매몰되어 있는 한 우리는 광고로부터 독립하지 못한다.

역량의 독립

그렇다고 돈만 있으면 될까? A는 현업 조직의 일부를 떼어내 여러 가지 이름 아래 ‘광고’에 국한되지 않는 새로운 시도를 실험적으로 수행하게 한다. 나이키플러스 같은, 코카콜라 같은, 게토레이 리플레이 같은, 올드 스파이스 같은, 빙 디코디드 제이 같은, 칸 페스티벌에서 수상하고 널리 사례로 인용되고 있는 테크놀로지 기반의, 공유확산의 플랫폼 기반의, 사람들의 참여와 행동을 이끌어내는, 새롭고 통합적인 캠페인을 꿈꾸며 성공사례를 만들어내라 한다. 해외 ‘광고제’에서 수상하는 것을 목적으로 전사적 독려를 아끼지 않는다. 그러나, 그러한 성공 캠페인이 하루 아침에 탄생하던가.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날카로운 메시지, 컨셉을 뽑는 데 능한 사람들, 15초 TV광고 문법에 능한 사람들, 세련되고 이목을 끄는 영상을 감독하고 촬영하고 편집하는 사람들은 참으로 많다. 이런 사람들은 돈 되는 ‘광고’를 위해,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크리에이터로서의 명예를 위해 지금도 현업에서 치열하게 밤새워 고민하고 역량을 뽐내고 있다. 이들에게는 분명한 목표가 있다. 회자되는 좋은 광고를 만드는 것,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 광고주로부터 오케이를 받아내는 것, 주목 받는 크리에이티브 조직이 되는 것 말이다

그렇지만 ‘광고’에만 국한되지 않는 새로운 시도를 위해 구성된 조직과 개인들은 어떠한가. 일찌감치 이러한 변화를 앞서서 주창하고 당위성을 힘주어 전파하지만 이들에게는 노우하우(know-how)와 노우웨어(know-where)가 부족하다. 긴 호흡의 스토리텔링, 테크놀로지에 대한 식견 부족, 유기적이지 못한 파편적 접근, 디테일한 실행아이디어 전개로 발전시키지 못하는 개념적 접근, 그 아이디어를 구체화, 시각화시켜 광고주가 채택할 수 있게 만드는 화룡점정의 역량이 아쉬운 현실이다. 더우기 이미 시장에서 검증된 수많은 플래너, CD들과 프로덕션 감독, DOP 등의 리스트업은 넘쳐나는 데 반해 새로운 역량을 가진 사람과 검증된 조직의 저변은 너무나 빈약하다.

B의 경우에는 이런 사람들과 조직을 병행해서 가져갈 엄두를 잘 내지 못한다. 당장 광고주를 핸들링하고 실무를 지원할 인력들을 뽑거나 지켜내는 데 힘을 쓸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이러한 역량을 축적하기에는 역부족이다. C는 디지털, 온라인, 모바일 등의 업무에 대한 전문성을 남들보다 오랜 기간 쌓아왔기 때문에 그 특정 영역에서의 역량은 다른 대행사군보다 앞선다.

하지만, 지금 이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광고는 반드시 기술에만 의존하지 않으며, 단발적인 프로젝트 관계가 아닌 온전한 파트너 관계로 정립되어야 가능하며, 통합적인 캠페인과 시도를 가능하게 하는 사람들과 기능이 보완되어야 하기 때문에 역시 한계를 지니고 있다. A,B,C 모두가 알을 깨고 나올 만큼 충분히 부화하지 못했다. 굳이 ‘용불용설’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자주 계속 쓰는 역량이 축적되고 발전하는 것은 당연하다.

의지의 독립

마지막으로 의지의 독립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의지는 상황을 감지하고 내면으로부터 비롯될 수도 있고, 외부의 상황에 의해 만들어질 수도 있다. 일찌감치 브랜드마케팅변화의 흐름을 체감하고 깃발을 저 멀리 꼽고 전진하는 사람들도 있고, 요즘 돌아가는 광고주나 주변의 상황을 보아하니 이러고 있다가는 뒤처지겠다는 측면에서 의지를 형성해가는 사람들도 있다.

A의 경우, 새로운 환경 속에서도 리더십을 잃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시행착오와 조직의 잦은 변동을 감수하면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반면 B의 대부분 광고대행사의 경우, 내부에서 변화 의지는 개인적 차원에서 간헐적으로 분출될 뿐 이내 현실 논리에 의해 묻혀버리고 만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개인의 의지를 조직적인 힘으로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하는데 많은 CEO와 임원들의 의사결정과정은 단기적 경영성과의 압박에 의해 무너지고 만다. 혹은 그 필요성에 대해 심각하게 느끼지 못하고 그냥 하던 일이나 잘하자는 논리로 합리화되기도 한다.

또 하나,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이 아닌 새로운 시도와 접근은 ROI가 좋지 않다. 가뜩이나 사람이 부족하고 신규개발을 통해 새로운 빌링을 만들어야 직원들 월급도 올라가고 인센티브도 줄 텐데 한가하게 많은 사람들을 얼핏 보기에 성과도 없는 곳에서 어영부영 놀고 있는 듯한 모습을 참아줄 회사는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이 부분에서의 경쟁력이 미래의 경쟁력이 될 것이라는 강한 믿음을 가지고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더라도 꾸준히 지원하고 참아주는 힘. 이것이 없다면 돈과 잠재 역량이 있어도 안된다.

광고대행사가 ‘광고’로부터 독립하기 위한 변화는 안정적인 캐시플로우가 뒷받침된 광고대행사에서 경영층과 조직의 리더가 강한 의지와 꾸준한 인내로 밀고 나갈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필요조건이다. 그러나 이것 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지금 이 순간 좋은 TV광고, 성공적인 캠페인을 만들기 위해,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밤을 새워 날 선 아이디어를 만들어내고 있는 뛰어난 CD와 크리에이터의 역량이 이동해야 한다. 역량이 이동하려면 현업에 발이 묶여있어서는 안된다. 결국, 앞서 말한 돈의 독립, 역량의 독립, 의지의 독립은 현재로서는 서로 얽히고 섥혀 있는 문제인 것이다.

지금은 서로 다른 운동장에서 ‘광고’라는 빅리그와 ‘광고’가 아닌 마이너리그로 나뉘어 있는 형국이지만, 칸느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이, 대한민국광고대상이 몰고 가고 있는 경향이 그러하듯, 광고주의 변화하고 있는 요구와 PT과제의 변화조짐이 그러하듯, 머지 않아 그 두 개의 운동장은 하나로 합쳐질 것이다. 합쳐진 운동장에서는 지금까지의 익숙한 환경과 룰이 지배하는 승부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환경과 룰에 모두가 익숙해지는 순간, 지금 ‘광고’를 잘 만드는 사람이 미래의 ‘광고’ 영역으로 너도 나도 뛰어드는 순간 그 때부터의 승부는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누가 더 아이디어가 있고, 누가 더 크리에이티브한가의 싸움이 될 것이다.

광고대행사가 ‘광고’로부터 독립하기 위해서는 ‘광고’를 잘 만들어야 한다는 역설

채카피님이 글에서 인용한 Wieden+Kennedy의 ‘스타트업(start-up)’ 지원프로그램을 통한 수익모델의 다변화 역시 ‘광고’에서의 명성이 높은 Wieden+Kennedy의 인사이트와 아이디어가 뒷받침되기 때문에 가능한 모델이다. 광고대행사가 ‘광고’로부터 독립하기 위해서는 ‘광고’를 잘 만들어야 한다는 역설적 주장도 말이 되지 않는가. 그것이 TV광고이든, 인쇄광고이든, 디지털캠페인이든, 광고가 아닌 또 다른 무엇이든 간에, 변하지 않는 본질은 ‘인사이트에 기반한 빅아이디어’임에 분명하다.

‘광고’대행사에서 지금까지 뛰어난 크리에이터로 인정받고 있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새로운 시도를 결합한 캠페인을 만들어내고, 광고가 아닌 다른 ‘빅아이디어’를 통해 브랜드를 빛나게 하는 사례들을 만들어내는 데 합류하여 ‘의미 있는 다수(Critical Mass)’를 형성해야, 비로소 광고대행사는 광고로부터 독립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할 수 있다.

돈과 조직과 버퍼가 있는 인하우스 에이전시의 몫

광고대행사가 ‘광고’로부터 독립하는 길은 멀고도 외로운 길이다. 지금 그 길을 향해 떠나고 있는 사람들은 더욱 바짝 신발끈을 졸라매어야 할 것이고, 아직 그 길을 택해 떠나지 않은 사람들은 부지런히 길을 나서야 한다. 그래서 서로 앞서거니 뒷서거니 함께 그 길을 걸어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길에 이정표를 놓는 일은 그래도 돈과 조직과 버퍼가 있는 인하우스 에이전시의 몫이다. 바로 이 부분이 대기업 인하우스 에이전시의 사회적 책임이고 순기능이 발휘될 수 있는 영역이라 믿는다.

2012. 7.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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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글은 아래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페이스북에 올리신 글이라 안보일 수도 있습니다)

http://goo.gl/CNf0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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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카피가 세상을 돌아다니며 발견한 크리에이티브 혹은 혼자 중얼거림

5 Responses to [릴레이기고] 광고대행사가 광고에서 독립할 순 없을까?

  1. 익명말하길

    결국 요원한 이야기네요. 인하우스가 그리 움직일리 없잖아요.

    • chaecopy말하길

      아닙니다. 조금씩 조금씩 변화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외부에서 보기엔 티가 안날 수도 있지만요) 외려, 가장 변화에 적극적인 곳은 인하우스입니다…

  2. 익명말하길

    물갈이가 되질 않는다.
    라는 솔직한 의견을 내도 되겠습니까?

    현재 대한 민국 사회를 리드하고있는 세대들의 문제는 심각합니다.
    그들은 운동권세대, 386 세대,
    즉 기성 권력에 도전했다가 박살난 세대의 사람들 혹은 그것을 옆에서 간접경험한 세대.

    남들 눈치봐야하는 세대.
    남들과 같아야 하는 세대 = 단체 주의

    ‘새로운 것을 도전한다 ?’
    라는 토픽에 가장 어울리지 않는 세대.

    스티브 잡스가 왜 대한민국에 나오지 않느냐?
    스티브잡스는 미국이 가장 부유할때
    가난했지만 도전과 개척을 수용해주는 환경에서 자란 사람이다

    스티브잡스와 동시대를 보낸 지금 한국의 리더들은
    본인들은 운동을 하지않았거나, 가볍게 했겠지만
    (운동을 했더라면 사회에서 낙인찍혀 출세길도 막혔을테니…)
    운동권자들이 반사회적인 액션에 따른 처절한 응징을
    목격한 사람들로서
    튀는짓 혹은 도전이란 토픽에 노이로제 와 트라우마에 잡혀있는
    세대들이기 때문이라는 근원적인 원인을 주관적으로 느낍니다.

    다음세대들이 보기에 답답하겠죠.
    그러니 회사에서 나가는 것이겠죠.
    지금 몸이 힘들다고 회사나가는 것 아닌
    미래가 어둡다고 느끼기 때문.

    비단 광고계만의 문제는 아니겠지만,
    광고계처럼
    새로운 것, 혁신, 도전, 트랜드 란 키워드가 중요시 되는 업종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사실인듯.

    주관적인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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